187. 4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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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rtts at 2005년 01월 29일 Saturday , Hit : 6073  


어제 밤의 회식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의 내 공식적인 출근은 끝이 났다.

이번 주 들어 서면서 이런 저런 인사도 다니고,
사람들과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고
자료 정리와 함께 뒷 일을 맡게 될 후배에게 업무 인수인계도 하다 보니
어느새 토요일이 되었다.

늦잠 자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어제가 마지막 출근일이 되어버렸지만,
남은 짐 정리와 점심식사 약속을 위해 회사를 향해 느즈막히 집을 나섰다.

눈이 많이 왔더군.

눈길을 밟으며 한 결 같은 그 길을 지나 예의 그 전철에 올랐다.

문옆에 기대 덤덤히 음악을 들으며 가던 중 받은 문자 하나.

'4년이 넘는 동안 수고 많았어요'

알게 모르게 감정이 많이 약해졌었나 보다.

그 짧은 문장 하나에 그만 울컥 감정이 흔들리며
눈물이 날것 만 같았다.

그리고는 주마등처럼 지난 4년이란 시간이 내 등뒤로 사라져갔다.

20대 후반을 하루같이 보냈던 그 곳,
때론 치열하게 그리고 때로는 벅찬가슴으로,
그리고 때로는 많은 사연과 방황속에서 보낸 그 곳을
이젠 정말 떠나는 구나 싶은게 느닷없이 가슴이 아려 왔다.

좌충우돌 하던 20대의 풋나기는 4년 이란 세월을 통해
어느 덧 30 대가 되어서는 나름의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아침이 지나 저녁이 오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것 처럼

내 인생의 한 세기가 지나가는 것 같다.

좋아 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때로는 투정도 부리고 때로는 엄살도 피우고,
때로는 배가 아플정도로 웃기도 하면서

배우고 나아가고 상처입고 상처 입히면서,
그게 인생이구나, 이게 삶이구나 느끼면서 지나온 시간들이다.

책의 장(章)을 하나 넘기듯,

이제 얼마 뒤면
또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하늘 밑에서
다시 한 번 다른 방식으로 걸음마를 시작하게 된다.

마음을 다잡고, 손을 들어 크게 기지개를 피고는
큰 호흡을 들이키며 자신에게 몇 마디 칭찬을 한다.

'그 정도면 나쁘진 않았어.'

좀 평가가 짠것 처럼 느낄런지도 모르겠지만,
나란 놈의 성격을 감안해 보면 참 후한 평가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

혼자서 씨익 웃으며 생각을 마무리 한다.

'자~ 그럼 잠시 쉬었다 갈까?'




 
짝짝짝~!! 수고하셨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 다시 수고하실텐데... 화이팅~!! ^^
p 2005-01-30 10:37:13 x
 
벌써 30대야~~ --; 세월빠르군... 그 동안 수고 많이했다. 수원이 덕분에 대법원도 가보고...
벚꽃 2005-01-31 21:36:52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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